이해해라.
이해하다, 이해함이란 무엇인가, 그것부터 따져보아야 하지 않겠던가. 깨달아 알다,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이다, 그런 의미의 동사. 사전적으로는 그렇다. 비슷한 단어로 뭐가 있는가. 공감하다, 깨닫다, 받아들이다⋯ 하! 뜻을 나열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지? 해일과 캐빌 프로빈스, 그 둘이 주먹을 주고받는 행동은 결국 분노 따위의 감정을 해소하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그러니까, 지렁이가 밟혀 꿈틀대는 것에 아무 힘이 없는 것처럼. 지금 당신에게 '이해한다'라는 행위는 그런 일에 가까울 테지. 캐빌 프로빈스는 결국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그 행동의 원인이 망할 칵테일의 효과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며, 그가 늘 내세우는 '감' 따위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태도만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실태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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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군인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가. 자원하여 온 사람들은 어떻고, 강제로 끌려온 사람이라면 또 어떤가. 그런 것들을 재고 따질 정도로 캐빌은 세심하지 않다. 그걸 당신이 모를 리 없을 테고⋯ 만일 그가 어떠한 신념을 가진 자였다면 좀 달랐을까. 그리 생각한다면⋯ 아니, 당연히 아니다. 근 3개월 간 캐빌이 인식한 고강준은, 꽉 막힌 원칙주의자, 그 정도였다. 첫 임무가 감정 상태를 고양시킨 건지, 애초 성격이 그런 탓인지⋯ 스스로를 내건 내기,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었으나, 현실감이 부족한 그에게도 왜인지 거슬리는 건 한두 가지씩 생기더라. 알아낼 방법 따윈 없지만, 감으로 느낀다. 고강준이 제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그 사실을 알고 있다. ... 뭡니까, 결국엔 ..